나는 해안도로를 따라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주도는 이런 니즈를 만족시켜 주는 곳이다.
해안가 옆에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자주 찾아가게 됐다.
특히 서귀포시내에서 남원, 표선 쪽으로 가는 상황인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해안도로를 타고 갔다.
그 도로를 두 발로 직접 걷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길
올레길 6코스는 쇠소깍부터 서귀포시내 까지 걷는 코스다.
(서귀포부터 쇠소깍까지 걷는 것도 가능하다.)
총 11km이며 3~4시간 정도 걸으면 완주 가능하다.
중간에 얼마나 구경을 하는지, 먹는 시간을 가지는지에 따라 완주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6코스는 올레길 중 비교적 짧은 코스다.
그리고 주로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다리에 무리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구간 길이가 긴 코스를 걸어보면 정말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가장 먼저 출발지인 쇠소깍에서 카약과 테우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서귀포에 찾는 여행객들 대다수가 한 번쯤은 가봤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지난달에 갔을 때도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걷다보면 곧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다 냄새가 가득한 길을 걷다 보면 하효항이 나온다.
이 해안도로는 차를 타고 지나갈 때 항상 대충 보던 곳이었다.
길도 좁고 해서 운전에 더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천천히 걸으며 오랜시간 눈에 담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평온해 보이는 항구와 바다를 보며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해안도로를 걷다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카페들이 있었다.
바다뷰를 보며 쉬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난 7코스까지 하루 만에 다 걷겠다는 목표가 있어 지나쳤다.
그렇게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6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인 제지기오름을 지나가는 방법과 해안도로를 그대로 걷는 것.
성격상 정석코스인 오름으로 가는게 맞다.
그렇지만 예전에 지금 걷고있는 이 길을 드라이브하다 우연히 오름을 보고 올라가 본 경험이 있었다.
나는 오름에서 바다를 보는것 보다 조금이라도 더 직선거리로 이동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부지런히 걷다보니 소천지를 지나가는 구간이 나왔다.
처음 이곳을 갔을때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접근하는 것도 지금보다 불편했고 그래서 찾는 사람도 적었다.
제주대학교 연수원 근처 숲을 뚫고 들어가서 구경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지금은 접근하기 편하도록 정비돼 있어 구경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온다고?'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계속해서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이 바다는 언제봐도 새로운 느낌과 고향 같은 아늑함을 준다.
그동안 제주도 만의 이 바다가 그리웠나보다.
육지에서 봤던 바다들도 좋았지만 항상 무언가 아쉬움이 있었다.
아마도 나는 제주 바다가 기준점이 됐나 보다.
여긴 건물이 신기하게 생겨서 무엇인지 검색을 해봤다.
소라의 성이라고 하는 곳이고 북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곳이지만 지금은 1초라도 더 걸어야 한다.
호기심을 못 이기고 검색을 한 시간을 극복해야 하니까.
이곳까지 왔다면 6코스 완주까지 1시간도 남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정방폭포를 지나면 서귀포 시내가 나오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걷고 있던 중 호기심이 나를 또 붙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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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수] 고기국수도 '짬짜면'이 있다! 반반국수
제주도 여행을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머물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올레길 이야기가 나왔다. 올레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7코스가 가장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었다.'가 주요 화제였다. 그러다
illi121212.tistory.com
'그래. 제주도에 왔는데 한 번은 먹고 가야지.'
돌이켜보니 고기국수를 먹은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던 거 같다.
그냥 계속 걸었다면 배가 고파서 더 힘들었지 않았을까.
국수를 먹고 다시 힘내서 걸었다.
조금 걸으니 이중섭거리가 나왔다.
이곳도 나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그렇게 지나갔다.
머물러 있다간 계획이 틀어질 수 있었기에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마침내 도착했다.
지금까지 걸어봤던 올레길 코스는 총 8개다.
그중 2번째로 쉬운 코스였다.
나중에 적을 7코스에 비하면 길 컨디션도 괜찮은 구간이라 발에 피로감이 적었다.
난 이때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7코스에 예쁜 곳이 많다는 말에 꽂혀있었고 숙소도 7코스 종점 근처에 있었다.
그러니 계속 갈 수밖에 없었다.
올레길을 걷고 싶은데 짧게 걷고 싶다면 6코스를 추천한다.
오르막이 많이 없는 없는 것이 장점이고 길 상태도 괜찮다.
만약 이것도 힘들게 느껴진다면 5코스를 먼저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마 올레길 중 가장 짧은 코스 중 하나일 것이다.
제주도를 깊게 보고 싶으면 꼭 올레길을 걸어봤으면 한다.
올레길은 차로 보기 힘든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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